피파랭킹 57위에 머물고 있었던 한국축구가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이겨서 독일의 대전차군단을 조별리그에서 탈락시키는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어쩌면 러시아 월드컵 여러 경기 중에 가장 극적인 경기로 기록될만한 경기였다. 이미 대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에서 쓴맛을 보았고 우리 축구의 한계를 보았기 때무에 사람들은 "한국 팀이 독일을 맞아서 5:0으로 지는 것이 아닌가 혹은 7:0으로 지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하고 가슴을 조리면서 지켜 보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은 도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99% 패색이 짙어 있는 상황에서 1%의 기적이라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독일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필자는 죽을 쑤는 게임을 계속 지켜볼 용기가 없어서 차라리 다른 스웨덴과 멕시코 전을 보다가 혹시나 그 사이에 한골이라도 먹지 않았나 하고 이따금씩 한독경기를 곁눈질 하듯이 보다가 말다가 했었다. 그런데 전반전을 실점없이 넘긴 것만으로도 안도의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후반전이 다 되어 갈 무렵에 다시 한독전을 보다가 그 때까지 0:0으로 한국이 버티고 있다는 것을 보고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리둥절하는 사이에 한국이 한골을 넣는 이변이 일어나게 되었다. 독일은 한국 축구 쯤이야 하고 방심하다가 한골을 먹고 나자 그제야 정신이 나서 혼신을 다하여 만회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로스타임이 주어질 무렵에는 독일의 골키퍼까지 골문을 버리고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나섰다가 두 번째 골을 먹게 되었으니 독일 국민들은 망연자실 했을 것이다. 16강을 가지 못했어도 57위에 머물러 있었던 한국 팀이 1위 독일을 기분 좋게 이기는 것을 보고 나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필자는 평소에 축구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 월드컵 경기 중에 한독경기는 내 평생 잊지못할 축구경기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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