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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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라 발행인
  • 승인 2019.04.20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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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69년 지났지만... 여전히 흐르는 눈물"

경남유족회, 3회 합동추모제 열어... "2기 진실화해위 기간 연장" 촉구

기사입력 2019. 04. 20 18:31l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연
▲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9주기, 제3회 경상남도 합동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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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는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는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9주기, 제3회 경상남도 합동추모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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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년이 지나도 눈물은 흘렀다.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9주기 경남 합동추모제'에 참석한 유족들은 간간히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머리카락이 하얀 할머니는 무대에 걸린 검정색의 만장 앞에 국화꽃을 놓으면서 "아이고 아버지"라 말했다. 그 할머니는 돌아서서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이날 합동추모제는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회장 노치수)가 경상남도와 경남도의회의 후원으로 연 것이다. 경남 각 지역유족회뿐만 아니라 서울과 청주 등 전국 곳곳에서 유족회 회원들이 함께 했다.

1층 좌석이 부족해 뒤에 서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남유족회에서 만들었던 기념수건과 책자가 모자랄 정도였다. 

1부 추모제에서는 경남민예총 마산지부 춤패 '랑'(안무 정기정)이 "잃어버린 것들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진혼무를 췄다. 전통제례에서는 노치수 회장과 정연조(진주)·백원두(거창)·석용환(합천)·이병학(거제) 회장 등이 참여했다.

정연조 회장은 축문을 통해 "과가서법이 효과를 발할 때 기대도 하였으나 이미 지난 일이 되었고, 아직도 못다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은 물론, 개개인의 신원을 밝혀 진실을 규명하고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변해가는 유골을 발굴하여 편히 모시도록 하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진실화해위법 개정이나 특별법을 제정하지도, 할 의사도 없이 국민의 억울함과 권리가 존중죄는 국가를 후대에 물려주는 단초를 위한 노력에 귀 기울이는 자 없이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나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그러나 저희 후손들은 완전하고 실질적인 명예회복과 이 땅에 전쟁 없는 항구적 평화와 님들께서 그렇게도 염원하셨던 과업의 성취를 위한 일로 매진하고 있사오니 저희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옵소서"라며 읍소했다.

이어 불교(석봉 스님)와 천주교(백남해 신부)의 종교의례가 진행되었다.

"얼마나 죽였는지 모르고 있다"

추모식이 이어 열렸다. 노치수 회장은 "전쟁을 이용한 이승만정부의 국군이나 경찰에 의해 보도연맹원뿐만 아니라 많은 민간인들을 비밀리에 학살하면서 일반국민들은 물론이요, 희생자 가족조차 어디에서, 어떻게, 얼마나 죽였는지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잘못되고 슬픈 우리의 현대사를 바로 잡으려면 정부나 국회에서 하루 빨리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을 통과시켜 과거의 잘못을 규명해 역사를 바로 잡고 한맺힌 유족과 구천을 맴돌고 있는 억울한 영혼들이 편히 잠들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참여정부 당시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지낸 송기인 신부(천주교)는 격려사를 통해 "당시 진실화해위를 만들 때 세계 8개 나라를 둘러봤다. 프랑스는 과도할 정도로 과거사 청산을 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고 했다.

송 신부는 "남아공은 엄청나게 조사를 벌여 2만 6000여 명에 대한 보상을 했고 그 뒤에 또 5만 4000명을 더 했으며, 아직도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스페인과 칠레도 과거사 조사를 했는데 법도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송 신부는 "우리처럼 법을 만들어 과거사 정리를 완벽하게 하려고 한 나라는 없다. 우리는 모범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진실화해위 활동이 5년만 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에 대해서도 알았지만 조사를 하면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그러니 방법이 없었다"며 "진실화해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고, 이것이 되도록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연
▲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9주기, 제3회 경상남도 합동추모제"에서 송기인 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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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연
▲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9주기, 제3회 경상남도 합동추모제"에 참석한 송기인 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과 이삼희 경남도 행정국장,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앞줄 오른쪽부터) 등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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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희 경남도 행정국장은 김경수 지사의 추모사를 대독하면서 "대한민국의 가장 잔혹한 현대사인 한국전쟁은 우리의 생활터전과 경제체제를 폐허로 만들었다. 특히 이념이란 것을 알지 못해도 함께 행복할 수 있었던 죄 없는 국민들이 이념의 광기와 폭력에 억울하게 짓밟히고 희생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국장은 "불행한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 정부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 해결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경남도에서도 정부와 보조를 맞춰 과거사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은 추모사에서 "10대(2016년) 도의회에서 의원들이 뜻을 모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를 지낼 수 있는 근거인 조례를 만들었고, 이후 올해까지 3회째 열고 있다"며 "민족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허만영 창원시 제1부시장은 허성무 시장의 추모사를 대신 읽으면서 "합동추모제를 계기로 희생자 유족의 아픔을 같이하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민간의 원혼을 위로하며 국민적 화해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뒤이어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 조직발전특별위원장인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이 대표는 2005년 진실화해위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국회와 옛 한나라당 앞에서 전국 유족들과 함께 오랫동안 농성과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진실화해위가 참여정부의 치적으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 결과는 유족들의 마음에 미치지 못했다"며 "당시 유족들이 한 것은 국가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실규명을 해야 하고, 작게는 개인이 부모의 죽임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당시 114일 동안 옛 한나라당 앞에서 농성 투쟁했다. 지금은 촛불로 정부가 바뀌었다고 하나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는 달라진 게 없다"며 "지금 정부가 계획대로 했다면 지난해 말에 특별법이 통과되어야 하고 위원회가 출범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는데 청와대 누구도 이에 대해 말하지 않고,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가 잘못해서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추모사업도 지자체가 할 게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한다. 국가의 잘못을 왜 지역에서 하느냐"며 "그래서 경남도의회가 나서서 정부에서 하라고 촉구해야 한다. 1960년 '전국 피학살자유족회'가 만들어지고 활동할 때도 경남이 진원지가 되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2기 진실화해위법에 대해 한국당은 '1기가 '좌파종북위'로 실패했다'며 반대하고 있다. 뻔뻔하다"며 "이번에 법이 만들어진다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기간 연장뿐만 아니라 국가의 배상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노치수 회장은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와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한테 감사패를 수여했다. 손화영 시인이 추모시 '넋의 노래'를 낭송했고, 원불교 '경남원음합창단'이 추모노래를 불렀으며, 참가자들은 헌화분향했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연
▲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9주기, 제3회 경상남도 합동추모제"에서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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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는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는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9주기, 제3회 경상남도 합동추모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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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연
▲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9주기, 제3회 경상남도 합동추모제"에서 김영만 의장,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 김경영 경남도의원, 이삼희 경남도 행정국장이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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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연
▲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9주기, 제3회 경상남도 합동추모제"에서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 등이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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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장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  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장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9주기 제3회 경상남도 합동추모제"를 열면서 김영만 의장과 김주완 기자한테 감사패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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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가 4월 20일 오후 창원마산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69주기, 제3회 경상남도 합동추모제"에서 원불교 경남원음합창단이 추모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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