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시 교인들의 용서하는 마음
아미시 교인들의 용서하는 마음
  • 에스라 발행인
  • 승인 2020.07.1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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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시의 급진적 용서를 통해 본 성경적 제자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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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세력 중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재세례파가 있다. 재세례파는 종교의식에서 루터파, 칼뱅파와 문제의식을 공유했지만 이들과 다르게 국가권력과의 결탁을 거부하고 '이신칭의' 등 교리가 아닌 '평화'를 복음의 핵심에 뒀다. 당시 유럽은 오스만제국과의 전쟁, 30년전쟁 등을 비롯해 끊임없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세례파는 '평화'를 종교개혁 기치로 걸고 반전운동에 앞장섰다.

재세례파는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미 세례를 받았다 해도 자기 의지로 판단할 수 있는 성인이 되면 세례를 다시 베풀었다. 타 교파들은 재세례파 확산이 신앙적·정치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가톨릭·칼뱅파·루터파 할 것 없이 재세례파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수많은 순교자가 나왔다.

1690년대 재세례파에서 메노나이트가 분리되어 나왔다. 메노나이트는 주류 문화와 현대 기술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 메노나이트 분파인 아미시(Amish)는 기술 문명과 일체 타협을 거부하며 유럽의 각지와 신대륙으로 도망쳐 정착했다. 본 글에서는 아미시 공동체에서 일어난 일들을 중심으로 '용서'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아미시 마을에 일어난 충격적 사건

2006년 10월 2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니켈마인스에 있는 아미시 마을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우유배달부 칼 로버츠(Charles Carl Roberts)가 난데없이 교실에 들어와 총격을 가했다. 그는 어린 여학생 5명을 살해하고 5명에게 중상을 입힌 후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은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전원적 마을에도 악몽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며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로버츠는 총기를 들고 교실에 들어와 학생들에게 교실 앞쪽에 엎드리라고 명령했다. 이때 교사와 몇몇 아이들은 간신히 현장을 빠져나왔다. 교사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들판을 가로질러 뛰었다. 거의 500m를 달려가 전화로 "학교에 총을 든 남자가 들어왔어요!"라고 외쳤다.

로버츠은 하나님에게 복수하기 위해 너희들을 처벌한다고 말했다. 그는 9년 전, 딸이 태어난지 몇 분도 되지 않아 죽은 사건 때문에 하나님에게 분노를 품고 있었다. 이때 교실 안에서 있던 학생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13살 아이는 동생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먼저 쏘라고 했다. 날카로운 권총 소리가 뒤따랐다. 로버츠는 사형을 집행하듯 아이들을 마룻바닥에 일렬로 눕히고 총을 쏘아 댔다. 5명이 죽고 5명이 부상을 당했다. 어린 소녀들이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낸 것은 아미시 역사에 수없이 등장하는 순교자들 삶을 계속 배워 왔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의 충격은 단지 순박하고 평화로운 동네에 악이 침투했다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사건 이후 아미시 공동체의 놀라운 반응이 더욱 화제가 됐다. 그들은 범인을 즉시 용서하고 그의 가족에게도 사랑을 베풀었다. 총기 사건이 일어난 후 몇 시간 뒤 몇몇 아미시 사람들은 범인의 가족들과 만나 "우리는 결코 당신들을 미워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로버츠 친척들은 "아미시는 어떠한 원한도 없었고 이 모든 일을 그저 용서했습니다. 믿기 힘든 말이었고 알아듣기 힘든 말이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각지에서 몰려든 기자들은 아미시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빠른 시간에 용서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미시들은 "우리는 날마다 주기도문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했다. 아미시가 교리보다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철저한 복종과 실천을 강조해 왔고, 유무상통하는 공동생활을 통해 비폭력 평화주의를 추구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건 발생 2주 후 아미시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미시의 급진적 용서

사건 후 범인 장례식에 참여한 75명 중 절반 이상이 아미시 사람들이었다. 보통 사람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미시들은 전 세계에서 모금된 펀드 중 일부를 로버츠 가족에게 기부하기도 했다. 로버츠 가족은 한없이 감사를 드렸다. 모든 것을 용서한다는 아미시 공동체의 반응은 로버츠 가족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자유와 희망을 주었고 무서운 짐에서 해방되게 했다. 아미시들은 "용서를 거부하는 것은 선택이 아닙니다. 용서는 자연스러운 우리 삶의 일상입니다. 용서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복음주의자들은 아미시들이 선교 열정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아미시들은 "입으로 하는 전도는 공동체적 신실함보다 개인적 회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수사를 정교하게 사용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선교는 용서를 비롯한 예수님의 모든 말씀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사실 30~40년 전만 해도 미국 사회 주류 사람들은 아미시를 이단 취급하거나 괴짜라고 생각했다. 과학기술을 두려워하고 마차를 타고 다니며 소박한 옷을 입는 사람들 정도로 여겨졌다.  이 사건을 본 사람들은 경탄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근래에 들어서는 현대 문명과 물질주의, 교회의 타락과 기복신앙에 지친 이들이 연간 수백만 명씩 아미시 공동체를 찾고 있다. 

아미시와 성찬

아미시는 주일에도 보통 3시간 이상 예배하는데, 봄·가을에 있는 성찬 주일에는 8시간 동안 예배한다. 교인들은 성찬식이 끝나고 나면 동성끼리 세족식을 한다. 사순절 기간에 목사는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에게 용서하고 원한을 버릴 것을 권고한다. 용서하지 않은 사람은 성찬식에 참여할 수 없다.

성찬식을 하기 전에 교인 간 용서와 화해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교회 지도부는 몇 주에서 몇 달간 성찬식을 연기한다. 성찬식은 주일 오전 8시부터 휴식 시간 없이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점심 때는 교대로 식사한다. 성찬 예배는 자신을 성찰하고 의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열쇠 구실을 한다.

아미시와 제자도

아미시를 비롯한 재세례파들은 예수를 경배 대상이자 모방 대상으로 바라본다. 초기 재세례파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은 "기독교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은 누구나 예수가 걸어가신 길을 똑같이 걸어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아미시들은 이 길이 언제나 쉽지만은 않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예수를 따르는 길이야말로 영원한 삶으로 인도한다고 본다.

아미시들은 스데반과 같은 순교자들을 자주 언급한다. 스데반은 죽어 가면서도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예수도 십자가에 못 박힌 채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들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라고 말했다. 아미시 역사에서 적지 않았던 순교자들 때문에, 용서는 아미시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돼 있다.

한 아미시는 용서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구절을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용납해 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과 같이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골 3:13)라는 바울의 충고로 꼽았다. 형들을 용서하는 요셉, 간통한 아내 고멜을 용서하는 호세아처럼, 구약에 나오는 사람들을 언급한 아미시들도 있었다. 아미시 사람들은 자신들에 대한 하나님의 용서가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자신들의 능력과 연결돼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가해자에게 용서를 베푸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아미시의 자녀 교육

아미시 공동체는 공식적인 신앙 교육이 상대적으로 적다. 교회학교를 세운 몇몇 아미시 공동체가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는 정식으로 교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학교 수업 전에 하는 성경 읽기와 주기도문 암송, 아미시의 교훈을 담은 이야기들이 전부다. 아미시 신앙에는 명시적 지침이 없다. 지도자들은 신앙 교육 의무를 일차적으로 학교나 교회가 아닌 가정에 지운다.

아미시 부모들이 따라야 할 공식적인 교육과정도 없다. 단지 성경과, 기도서, 여러 아미시 잡지만 있을 뿐이다. 아미시 사람들에게 용서를 실천하는 법을 어떻게 가르치냐고 묻자, 그들은 "우리가 배운 대로 가르칩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어머니들은 어려서부터 자녀들에게 복종과 절제를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어떤 사람들이 말한다. "밥을 먹기 전후에 조용히 두 손을 모아 침묵 기도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한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당신 무릎에 있는 동안, 그러니까 아이들이 유아용 의자에 앉기 전에 그렇게 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탁에 앉아 같은 사과 파이를 눈여겨보는 가족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포기하고 용서하는 법을 배운다. 다른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는 일의 중요성은 노래로 배운다.

"기쁨, 당신을 위한 기쁨, 예수님 먼저, 당신 자신은 마지막, 그리고 남들은 그 중간에(Joy, Joy for you. Jesus first, Yourself Last, And other in Between)." 

아미시 어린이들은 타인을 향한 용서와 존중을 일상의 삶 속에서 보고 배운다. 한 아미시는 "부모님은 자기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법을 몸소 가르치셨다. 그들은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가장 좋고 맛있는 음식이 돌아갔는지 확인하셨어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우리가 이런 자세를 다음 세대에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에 희망은 있는가

한국교회는 신자 중 70~80%는 보수 교회에 다닌다. 이들은 말로는 성경 무오를 주장하면서도 그에 따른 행동과 실천이 거의 없다. 한국교회는 이미 변질된 기독교라는 생각이 든다. 기독교를 믿는 게 이토록 편리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단적이고 사이비적이다. 

아미시에게는 용서를 비롯한 여러 신앙의 실천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한국교회가 만들어 낸 문화는 무엇일까. 주일성수 잘하고, 목사 말에 순종하고, 술·담배에 기겁하는 등 숨 막히는 꽁생원 문화 아닌가.

오늘날 한국교회는 위기를 맞고 있으며 많은 사람에게 돌팔매질당하는 상황이다. 손봉호 교수 저서 제목처럼 <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CUP)가 됐다. 그럼에도 기독교인들은 일흔 번씩 일곱 번 용서하라는 주님 말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주기도문을 주문처럼 외우고 있다. 아미시의 급진적 용서와 실천적 삶을 본받고 성경적 문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교회는 이 땅에서 점차 사라질 것이다.(박철수 목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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