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노동착취
교회가 노동착취
  • 에스라 발행인
  • 승인 2018.12.08 0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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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초대교회온종일 일 시키고 월 50만원

등록 :2018-12-07 10:35수정 :2018-12-07 21:27

경남 진주 초대교회 출판사서 8년간 일한 노동자의 폭로

헌금 많이 내는 사람이 믿음 좋은 사람헌금까지 강요

생활고 탓 전기요금조차 못내 끊길 뻔한 적도 수차례

그 기간 교회엔 새 예배당돌연 해고 뒤 퇴직금도 안줘

교회 소정의 돈 지급은혜 모르고 거짓말하고 있다

20081124일 경상남도 진주시에 위치한 교회에서 진행하는 성경 세미나 아바드리더시스템에 참석했던 이들의 모습. 박씨 제공.

지난달 30일 경기도 하남시 교회 관리 집사들의 문제 제기를 다룬 <한겨레>주님의 종이라는목사 가족에게 우린 노예였습니다보도 이후 교회 쪽으로부터 사실상 노동 착취 등 피해를 입어왔다는 제보가 연이어 들어왔습니다. <한겨레>는 이 가운데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일어난 비슷한 사건을 취재해 보도합니다.

박지영(가명·37)씨는 2003년부터 10여년 동안 경남 진주에 있는 교회에 다녔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 진주로 돌아오면서 중등 교원임용시험을 준비할 계획이었다. 그러다 부모를 따라 교회에 나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교회에는 교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출판사도 있었다. 교회의 이름을 딴 출판사라는 곳이었다. 어느 날 출판사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이아무개 담임목사(당시 합동목사)가 박씨에게 출판사에 사람이 필요한데 일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출판사 일을 하게 됐다.

교회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유는 교회 쪽이 특허받은 설교를 하기 때문이라고 박씨는 설명했다. 교회에서 성도들에게 우리 교회는 하나님이 유일하게 허락한 방식으로 설교를 하고 있고 이는 특허를 받은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특허받은 해설은 담임 목사의 허락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데, 허락은 교회에서 운영하는 성경 관련 세미나를 들어야 받을 수 있다.

아바드리더시스템이라는 이 교회의 세미나는 한 학기 수강료가 30만원이다. 1년에 2학기씩 모두 4년 동안 들어야 한다. 이 세미나를 들은 사람들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 누리집의 공지사항을 보면, 세미나 멤버를 10기까지 모집했고 한 기수에 최대 3천여명까지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미나 강의료와 교재 판매로 교회가 올린 수익이 막대할 것으로 추정되는 까닭이다. 목사들의 설교가 담긴 책도 성도들에게 팔았다. “800~900명의 교인들이 교회 출판사가 펴낸 책을 전부 다 사는 분위기였다고 박씨는 전했다.

박씨는 출판사에서 편집 업무를 맡았다. 주로 이 교회의 판교 분원 전아무개 담임목사가 쓴 원고를 지면 위에 앉히는 일을 했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는데 9년 정도 일을 하면서 100권도 넘는 책을 만들었어요. 평소에도 편집 업무를 보고 예배를 드리고 잔업까지 하면 밤늦게 일과가 끝났어요. 책이 나오기 직전 한 달은 자정 넘겨까지 일했고요.” 그렇게 박씨가 온종일 교회 출판사에서 일하고 손에 쥔 돈은 한 달에 50만원에 불과했다. “일이 익숙해진 뒤에는 60만원을 받았고 결혼을 하고 나니까 80만원까지 올려줬어요. 하지만 그 이상 받아본 적은 없습니다.”

박씨와 함께 출판사 일을 하는 사람들도 박씨와 비슷한 보수를 받았다. 그런데 그나마 원고를 쓰는 월급 목사와 전도사들은 박씨와 비슷한 급여를 받았지만, 편집이 끝난 뒤 교열을 보는 목사와 전도사의 사모들은 아예 급여조차 없었다. 이유는 남편들에게 급여가 나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출판사 일을 전업으로 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교사인 한 성도는 돈을 받지 않고 맞춤법을 봐줬다. 그는 출판사 일이 바쁠 때면 학교 일을 마치고 교회에 와서 밤을 새워가며 맞춤법을 교정했다.

이 목사와 전 목사는 항상 목사에게 순종하고 교회에 헌신하라고 설교했어요. 당시엔 그게 다 신앙이고 그만큼 헌신을 해야 천국에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씨의 말이다.

박씨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런데 교회 헌금은 또 꼬박 내야 했다.

교회는 항상 헌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믿음이 좋은 사람이라며 헌금을 강요했어요. 주일 헌금을 매달 4만원씩 냈고 수시로 추수감사절, 부활절, 맥추감사절, 성탄절, 신년감사, 대속죄일, 송구영신이라는 명목으로 수십만원의 헌금을 냈습니다.”

집 월세 30만원과 공과금, 아기 기저귓값 등 꼭 필요한 지출만 하면서 교회 헌금을 내고 나면, 박씨의 손에 남는 돈은 고작 2만원 정도였다. 전기요금을 못 내서 전기가 끊어질 뻔한 적도 여러 차례였다. 생활용품을 살 돈이 없어서 친언니 집에서 받은 물티슈를 반으로 쪼개서 쓴 적도 있었다.

부모님들께 종종 반찬을 받았는데 매번 손 벌리기는 어려웠어요. 김치에 밥만 먹는 날이 허다했습니다. 아기를 낳고 모유 수유를 할 때는 제발 냉장고에 우유 한 팩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단백질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고기를 사 먹을 수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우유마저도 있었던 날이 별로 없었죠.”

그 기간 교회에는 새 예배당 건물이 올라갔다. 그리고 20118, 8년 동안 박봉으로 헌신한 출판사에서 박씨는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들었다. 둘째를 임신하면서 힘들어진 박씨가 며칠 결근을 하자 교회에서 임신했다고 그렇게 불성실하게 일할 거면 나가라고 한 것이다.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교회에 20대 청춘을 다 바쳤어요. 교회에 올인하면서 돈도 시간도 없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게 다 착취였더라고요. 믿음이고 신앙이라고 생각하고 교회 일을 했는데, 결국 내 젊음을 착취한 걸로 목사 가족 배만 불려주고 있었던 거죠. 교회에 집중하느라 정작 제 아이들에게 못 해준 게 많은데지금이라도 벗어나 다행이다 싶지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어 화가 납니다.”

그렇게 교회를 떠난 박씨는 진주 지역의 한 대학에서 행정실 직원으로 일하다 3개월 전부터는 일을 쉬고 있다. “저는 이제 그 교회에서 나왔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습니다. 일과 신앙은 별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신앙을 빌미로 신도들을 착취하는 현실에 화가 나기도 하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한겨레>는 이 목사와 전 목사에게 교회 내 노동 착취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두 목사는 해명에 응하지 않았다. 교회 쪽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씨가 형편 어려워서 교회에서 도와주고자 일을 시켰고 액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소정의 금액을 지급했다. 그런데 은혜를 모르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73466.html?_fr=mt2#csidx3a15d8d9feed6aab6e5ce7f5288f9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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