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이 우리 곁에 없는 이유
노회찬이 우리 곁에 없는 이유
  • 에스라 발행인
  • 승인 2020.12.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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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값을 받은 사람들의 이름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노회찬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과 함께 공동기획으로 12월 7일부터 31일까지 4주 동안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8편의 이야기 글('노회찬하면 떠오르는 것' 여덟 장면: 기록으로 톺아보기)을 선보인다.[편집자말]
 2005년 8월 18일, '삼성 X파일' 녹취록 내용 중 삼성으로부터 소위 '떡값'을 받았던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  2005년 8월 18일, "삼성 X파일" 녹취록 내용 중 삼성으로부터 소위 "떡값"을 받았던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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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2005년 8월 18일 국회 법사위. 노회찬(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삼성 X파일'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옛 안기부 불법 도청테이프에서 삼성그룹의 뇌물(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전·현직 '떡값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다. 최경원, 김두희, 김상희, 김진환, 안강민, 홍석조, 한부환 등 7명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아온 것으로 밝혀진 '떡값 검사'(소위 '떡검')의 이름이었다. 노회찬이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다. 

법사위 회의장에서 노회찬은 '삼성그룹 비서실장 이학수와 중앙일보 사장 홍석현의 대화록'을 또박또박 읽어 내려간다. 
 
- 홍(석현): 아 그리고 추석에는 뭐 좀 인사들 하세요?
- 이(학수): 할 만한 데는 해야죠.
- 홍: 검찰은 내가 좀 하고 싶어요. K1들도. 검사 안하시는 데는 합니까?
- 이: 아마 중복되는 사람들도 있을 거에요. (…)
- 홍: 김두희는 2천 정도. 김상희는 거기 들어있으면 5백 정도 주시면은 같이 만나거든요... 석조한테 한 2천 정도 줘서 아주 주니어들, 회장께서 전에 지시하신 거니까. 작년에 3천 했는데, 올해는 2천만 하죠.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 하고. 그 다음 생각한 게 최경원.
- 이: 들어 있어요.
 
 '삼성X파일' 중 노회찬이 실명을 공개한 '떡값'검사 7인 명단.
▲  "삼성X파일" 중 노회찬이 실명을 공개한 "떡값"검사 7인 명단.
ⓒ 노회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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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X파일' 보도자료(노회찬, "삼성, 명절 때마다 검사들에게 떡값 돌려").
▲  "삼성X파일" 보도자료(노회찬, "삼성, 명절 때마다 검사들에게 떡값 돌려").
ⓒ 노회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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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X파일 사건은 두 가지 사건으로 이뤄져 있다. 한 가지 사건은 1997년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나 15대 대선 후보자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과 검찰간부들에 대한 금품 제공을 논의하는 대화를 안기부 미림팀(팀장 공운영)이 불법 도청한 사건이다.

다른 하나의 사건은 MBC 이상호 기자 등이 2005년 7월 22일 95분짜리 도청 테이프 대화내용을 보도하고, 법사위 소속 노회찬이 2005년 8월 18일 삼성이 정기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최고위급 검찰간부 7명의 실명과 관련 도청 테이프 녹취록을 공개한 사건을 말한다(박갑주, '삼성 엑스파일과 노회찬', 노회찬, <노회찬, 함께 꾸는 꿈>, 후마니타스, 2019).

X파일에는 1997년 4월부터 10월까지 시시각각 변해가는 당시 정국을 반영한 삼성 측의 전방위 로비 실태가 담겨 있었다. 노회찬은 "X파일의 핵심은 이건희 게이트"라며 "정치권과 재계·언론계·검찰 등 사회지도층의 검은 유착관계를 밝히는 것이 수사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떡값검사들이 득실대는 검찰이 이건희 게이트를 제대로 수사할리 만무하다"면서 즉각 특별검사 도입을 거듭 강조했다. 노회찬은 "파일 내용을 알면서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직무유기라고 판단, 공개를 결심한 것"이라면서 "(명단 공개에) 법적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5년 9월 9일, '삼성 뇌물 X파일 전면 공개 및 이건희·홍석현 회장 수사 촉구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삼성 불법뇌물 공여사건 등 정·경·검·언 유착의혹 및 불법도청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대위(X파일 공대위)' 소속단체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건희 회장을 법정에 세울 때까지 피땀 흘려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  2005년 9월 9일, "삼성 뇌물 X파일 전면 공개 및 이건희·홍석현 회장 수사 촉구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삼성 불법뇌물 공여사건 등 정·경·검·언 유착의혹 및 불법도청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대위(X파일 공대위)" 소속단체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건희 회장을 법정에 세울 때까지 피땀 흘려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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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9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 앞. 전국 11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삼성 불법뇌물 공여사건 등 정경검언 유착의혹 및 불법도청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각계 인사들과 시민, 학생 등 4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X파일 진상규명과 이건희 회장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노회찬은 "사건의 본질을 불법도청이라고 하며 덮어버린 노무현 대통령"의 행태를 비판했다. 또한 "국민들이 분노하는 건 바로 이건희의 지시에 의해 수백억 원이 정치권과 검찰, 언론을 주무르는 데 쓰였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검찰은 이번 수사를 진행할 자격이 없다"면서 "특검법과 특별법의 도입"을 주장했다.

특히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연정론을 포기하기 위해 만나고 있는 동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물밑 연정을 통해 이건희를 살려주는 야합을 단행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삼성과 이건희 회장을 분리하고 회사를 정당한 노동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발언으로 많은 갈채를 받았다(이정훈 기자, '삼성 본관 앞에 밝혀진 촛불의 바다: 이건희 살리기 대연정 규탄 집회', <에큐메니안>, 2005.9.10.).


며칠 뒤인 9월 14일 삼성그룹 본관 앞. 1시간 30분간 'X파일' 길거리 특강에 나선 노회찬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탄식이 가득했다(박상규, '노회찬 "국회내 '삼성장학생' 명단 꼭 밝혀내겠다"-14일 삼성본관 앞 길리 특강', <오마이뉴스>, 2005.9.14.). 

"'X파일'이 공개된 지 두 달이 지났다. 한국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라면 벌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는 지금쯤 서울구치소에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기소도 구속도 되지 않았다. 지난 두 달 동안 결국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모 언론사는 자신의 책임을 망각하고 정치권력을 스스로 조정하려 했다. 그동안 그 신문을 돈 주고 사서 읽은 본인이 부끄럽다. 수백 수천만 원을 떡값이라며 챙긴 검사들이 놀랍다. 그것이 어떻게 떡값이냐. 검사들이 방앗간 차릴 일 있냐."

"공운영 전 안기부 미림팀장은 '테이프의 내용이 모두 공개되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고 말했지만 무너지는 것은 나라가 아니라 썩어빠진 기득권일 뿐이다. 이건희 회장을 법정에 세우지 못하고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면 'X파일' 사건은 미래에도 다시 터져 나올 것이다. 우리가 찾으려는 것은 '희망'이다."


2005년 11월 21일 노회찬은 민주노동당 성균관대 학생위원회 주최로 '삼성공화국에 우리의 미래는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삼성 기업 자체에는 유감이 없지만, 대통령 선거 때마다 전과 하나씩 다는 그룹이 언제까지고 초일류일 수 있느냐."
 

 2005년 9월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삼성 X파일' 길거리 특강에서 발언 중인 노회찬.
▲  2005년 9월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삼성 X파일" 길거리 특강에서 발언 중인 노회찬.
ⓒ 노회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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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賊反荷杖), 후안무치(厚顔無恥)

삼성X파일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정경유착, 문민정부를 자청했던 김영삼 정부의 불법 도청 사실, 국가정보기관에 의해 일상적으로 행해진 광범위한 불법 도청 문제, 사건 수사 기관 선정 및 수사 방법, 삼성그룹에 대한 소극적 수사, 국민의 알권리 충족 문제, 언론의 보도 경향, 재판의 불공정성 등이 도마에 올랐다.

법무부장관(천정배)이 '건국 이래 최대의 정‧경‧검‧언 유착사건'이라고 말한 삼성 X파일 사건에 대한 검찰의 태도와 법정의 판결은,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검찰은 불법으로 금품을 수수한 고위 검사들을 처벌하지 않고 노회찬과 이상호 기자를 '명예훼손'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적반하장(賊反荷杖),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프레시안>의 곽재훈 기자는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기자의 눈] 5년 전 문재인처럼…'반격'보다 '반성'이 먼저여야', 2017.1.23.). "'대통령 노무현-민정수석 문재인-검찰총장 김종빈(수사 도중 정상명으로 교체)-서울중앙지검 2차장 황교안'으로 이어지는 수사 지휘부가 사실상 하나마나한 수사 결과를 내놓으며 삼성에 면죄부를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런 순간들은 검찰만이 아니라 법정에서도 이어졌다. 지리한 법정 공방 끝에 결국 도청테이프 녹취록을 공개한 MBC 이상호 기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6월 자격정지1년을 선고받았다(주심 민영일 대법관). 노회찬은 '1심 유죄-2심 무죄-3심 유죄 취지 파기환송-서울중앙지법 유죄-대법원 원심 확정' 등 총 5번의 재판을 거쳐 결국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주심 박보영 대법관). 국가공무원법과 국회법 등에 따라 국회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을 지적한 이상호와 노회찬 두 사람과는 달리 '뇌물제공 총책'인 이건희는 소환조차 받지 않았다. 그리고 '뇌물 배달책'인 홍석현은 형식적 조사를 통해 무혐의 면죄부를 받았다. "뇌물을 준 사람, 또 뇌물을 심부름한 사람, 또 뇌물을 받은 검사들"은 어느 한 명도 처벌받지 않은 것이었다. 

어떻게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상식 이하의 판결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내가 주목하는 첫 번째 물음이다.
 

 삼성X파일 속 '떡값'검사 실명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기소, 2013년 대법원의 유죄 판결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노회찬.
▲  삼성X파일 속 "떡값"검사 실명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기소, 2013년 대법원의 유죄 판결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노회찬.
ⓒ 이창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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